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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첫 프로 골프 선수 "배우러 왔으니 성적에 실망 않아요"

송고시간2017-04-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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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T 전남오픈 1R 6오버파…"한국 골프 배우고 싶다"

(무안=연합뉴스) 권훈 기자= "코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네요. 많이 배우고 가야죠."

쿠르반알리에프의 힘찬 티샷.
쿠르반알리에프의 힘찬 티샷.

27일 전남 무안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유진그룹/올포유 전남오픈 1라운드에서 6오버파 78타를 친 카나트벡 쿠르반알리에프(24)은 우즈베키스탄 최초의 프로 골프 선수다.

전남오픈은 쿠르반알리에프의 프로 데뷔전이다.

골프장이라고는 딱 하나밖에 없는 우즈베키스탄은 골프 불모지다. 골프 선수라야 한 손에 꼽을 정도다. 프로 대회도 없으니 프로 선수도 없다.

쿠르반알리에프는 골프를 배운 지 이제 4년 째다. 우즈베키스탄에 하나 밖에 없는 골프장에 딸린 연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골프를 배우게 됐다.

구력은 짧지만 키 190㎝에 몸무게 90㎏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그는 빠르게 실력이 늘어 4년 만에 우즈베키스탄 최고의 골프 선수가 됐다.

지난해 러시아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이웃나라 카자흐스탄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 3월 프로로 전향한 그는 그러나 나갈 대회가 없었다. 러시아 투어와 아시아투어를 겨냥해 샷을 가다듬고 있던 그에게 KGT 전남오픈 초청장이 왔다.

한국프로골프협회가 우즈베키스탄골프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남오픈에 우즈베키스탄 선수 1명을 출전하도록 배려한 덕이다.

1라운드 경기를 복기하는 쿠르반알리에프.
1라운드 경기를 복기하는 쿠르반알리에프.

쿠르반알리에프는 이날 한국 프로골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버디는 하나도 잡아내지 못했고 트리블보기 1개와 더블보기 1개, 그리고 보기 1개를 적어냈다.

그는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그럭저럭 잘했는데 쇼트게임 실력이 너무 차이가 나더라"고 말했다.

그린에서는 빠른 스피드에 혀를 내둘렀다. 쿠르반알리에프는 "그린 스피드가 우즈베키스탄 골프장보다 3배는 더 빠르다. 퍼트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면서 "13번홀 더블보기는 4퍼트를 한 바람에 나온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300m를 가뿐하게 보내는 장타도 큰 소용이 없었다. 그는 "코스가 좁아서 마음 놓고 드라이버를 때릴 데가 없더라. 60%밖에 힘을 쓰지 못했다"고 한숨을 지었다.

무안 골프장의 바닷바람도 쿠르반알리에프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바람이 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한 클럽 정도 더 잡거나 덜 잡으면 되리라 예상했지만 네 클럽 차이까지 났다"는 쿠르반알리에프는 "바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 골프를 했던 나한텐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컷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쿠르반알리에프의 표정은 밝다.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경쟁보다는 배우러 왔다"는 그는 "컷 탈락하더라도 남은 이틀 동안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플레이를 눈여겨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지면 더 잘할 것 같다"면서 "좀 더 여건이 좋은 곳에서 연습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쿠르반알리에프는 한국어가 유창하다. 따로 한국어를 배운 적은 없지만 태어나서 자란 마을에 고려인이 많아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듣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익혔다. 한국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

골프를 가르쳐 준 코치도 고려인이고 우즈베키스탄 골프연맹 페도르 킴 회장도 고려인이다.

2015년에 3개월 동안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골프 아카데미에서 유학한 적이 있다는 쿠르반알리에프는 "한국에서 골프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캐디백을 앞에 놓고 포즈를 취한 쿠르반알리에프.
캐디백을 앞에 놓고 포즈를 취한 쿠르반알리에프.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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